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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비극, 오이디푸스를 모티브로 한 인천시립무용단의 '비가(悲歌)' 3일, 3회, 3팀의 캐스팅으로 만날 수 있어

강새별 기자 | 기사입력 2018/11/09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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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비=강새별 기자] 그리스 비극의 대표작 오이디푸스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인천시립무용단(예술감독 윤성주)의 2018 하반기 정기공연 <비가(悲歌)>가 11월 22일부터 3일간 인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다.


신의 손으로 자아낸 운명과 그 숙명에 대한 격렬한 저항, 그 가운데 빛나는 인간의 존엄을 그린 <비가(悲歌)>는 신화 속 인물의 본성과 심리를 캐릭터 중심의 춤으로 구성하여 저항할 수 없는 거대한 힘에 굴하지 않는 인간의 비극적 역사를 노래한다.

 

▲ <비가(悲歌)>/제공:인천문화예술회관     © 강새별 기자


안무자 윤성주 예술감독은 2017년 <만찬-진, 오귀>로 삶과 죽음이라는 인생의 궤적을 한국적 명부신화(죽은 자들의 영혼이 살고 있는 지하의 세계에 관한 신화)로 풀어내었다. 전작에서 생사의 순환을 통해 생명의 큰 틀을 다루었다면 이번 작품 <비가(悲歌)>는 그 삶과 죽음 가운데 펼쳐지는 인간의 ‘생’에 주목한다.


인간의 삶의 여정은 스스로 택한 길인가 아니면 신의 손으로 그려낸 그림 속을 어지러이 걷는 것인가? 인천시립무용단은 이에 대한 답을 춤으로 풀어낸다.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된 비극의 초상,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파국에 대한 깊은 탄식을 현대의 무대로 옮기며, 운명에 얽힌 사슬과 신의 그늘 아래 살아가는 인간의 주체적 삶의 의지를 보여준다.


원작에서 신이 던진 운명에 끌려가는 수많은 인간들 속, 단연 돋보이는 인물은 자신의 죄악까지도 낱낱이 밝혀내어 스스로에게 징벌을 내리는 오이디푸스이다. 작품 <비가(悲歌)>에서는 오이디푸스에서 멈추지 않고 더욱 적극적으로 운명에 희생된 인물 이오카스테의 비극을 들여다본다. 운명에 의해 삶이 파괴된 순간조차 그 모든 것을 포용하고 스스로 모두의 죄업을 대속하는 여인의 가련하지만 강한 모습, 어머니이자 여인이었던 이오카스테를 비극의 초상으로 주목하며 고전 속에 가려진 주체적 여성의 모습을 찾는다.


운명적 비극의 가장 큰 희생자이자 가장 냉혹한 심판자인 군중 역시 비극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 존재한다. 역병으로 죽음이 만연한 도시 ‘테베’의 공기를 온몸으로 표현하며 때로는 신의를 대변하는 듯, 무정형의 공포와 군중을 동시에 구현해내는 군무진이 전체 작품의 이미지를 실체화한다.

 

▲ <비가(悲歌)>/제공:인천문화예술회관     © 강새별 기자


신화와 고전은 다양한 방식으로 통해 인간 모두에게 깊은 깨달음과 길을 제시한다. 그리스 비극 역시 동서양의 모든 신화와 전승 민화(民話)가 그러하듯 존속살해 등의 파격적인 내용으로 도덕과 관습 뒤에 감추고 있는 사람들의 내면을 뒤흔들어 새로운 인식을 불러일으킨다.


작품 <비가(悲歌)>는 그리스 신화의 ‘오이디푸스’를 동양적으로 변용하여 서구 유럽의 스타일을 지우고 동양의 어느 시공간으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서구 신화의 이야기가 동양의 옷을 입으며 동서양을 아우르는 ‘사람’의 이야기로 더 가까이 다가선다.

 

▲ <비가(悲歌)>/제공:인천문화예술회관     © 강새별 기자


공연의 캐스팅에도 <비가(悲歌)>의 특별한 점이 숨어있다. 매 공연마다 다른 조합으로 3회의 공연이 모두 다른 매력을 지닌다. 세 가지 색채의 각기 다른 공연을 골라 볼 수 있는 ‘선택의 재미’ 또한 선사한다.


스토리의 흐름보다 인물의 심리에 집중하여 구성된 작품의 특성상 주역무용수의 역량이 어느 때 보다 중요했기에, 주역오디션은 정단원 뿐 아니라 객원과 비상임단원 모두에게 오픈하여 진행됐으며 경합 끝에 매 회 차 캐스팅을 완료했다.


2001년 초연 캐스트로 관록이 넘치는 조재혁, 무용계 신예스타로 떠오르는 유승현, 인천시립무용단에서 첫 주역을 맡아 각오를 다지고 있는 진원석이 보여줄 각자의 오이디푸스는 그 면면만으로도 관심을 모은다. 세 명의 이오카스테 전수진, 김도희, 박소연의 차세대 주역으로서의 약진 또한 관람의 포인트이다. 오이디푸스와의 강렬한 대비로 마치 무대 위 결투를 연상케 하는 듀엣을 선보일 크레온 역의 박재원, 조의연, 김원형 역시 날카롭고 이성적인 크레온을 무대에 현현시킨다.


끝을 알 수 없는 파국 속에서도 선연히 빛나는 것은 스스로 선택하고 행하는 인간의 자유의지이다. 인간의 생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 물음으로 나아가는 이 작품은 결국 자율적 주체성과 의지에 대한 찬사이자 인간에 대한 긍정으로 귀결된다.


비극의 짙은 그림자에 대비되어 더욱 빛나는 인간의 주체적 의지와 굴하지 않는 존엄에 바치는 찬란한 레퀴엠, 인천시립무용단의 <비가(悲歌)>이다.

 

▲ <비가(悲歌)>/제공:인천문화예술회관     © 강새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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